끝 & More
올 한 해...시작한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의사결정해야 할 거리가 넘쳐난다.
직장..가정...또 다시 직장...
올해로 컨설턴트 4년차에 접어 들었다.
현황분석을 통해 몇가지 실행가능한 옵션을 도출하고,
이에 대한 Pros/Cons를 분석하여,
최적의 대안을 도출해 내는 일들...
그리고 최종적으로 Recommendation에 대한 방점을 찍고,
해당 옵션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이슈를 제시하고, 이슈를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러한 컨설팅의 전형적인 전개가 실제 개인적인 의사결정으로 넘어갈 땐 무엇하나 쉽게 되지 않는다.
남의 비싼 돈 받고 하는 의사결정은 반쯤은 남의 일이기 때문에, 반쯤은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제한된 시간 안에 반드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 의사결정에 대한 개인적 확신에 관한 진실은 묻어둔채로...
내 인생의 의사결정, 내 커리어에 대한 의사결정,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의사결정 또한
이렇게 명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죽느냐 사느냐를 고민하는 햄릿이나 풍차를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하고 보는 동키호테나
결국 누구의 판단이 옳은 지는 알 수 없다.
어차피 정답이 없는 결정이라면 고민을 덜하고 행동한 동키호테가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한 셈인데...
진로 고민을 하는 내게 전 회사 대표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다 옳아. 어떤 결정을 하든 다 옳은 거야. 그러니 맘편하게 생각하고 어떤 쪽이든 결정해"
하긴...크게 빗나갔던 것 같던 나의 그릇된 의사 결정들도 긴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볼 때
치명적인 오류로 드러났던 적은 없지 않았는가...
최소한 난 지금 잘 살고 있고, 내 과거에 대해 부끄러워 하지 않고 있으니.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인해 내 삶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컨설팅 밥을 먹고 몇 년을 살았으니, 컨설팅 판이 편한 건 당연한 거고,
벤처캐피탈 밥을 먹어 본적이 없으니, 그렇게 가고 싶었던 업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오라고 하니 겁 먹고 한 발짝 물러나게 되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컨설턴트 Vs. 벤처캐피탈리스트
어떤 업이 더 낫다는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1. 내 궁극적 Career Goal로의 Leverage 가능성
2. 급여수준
3. 업무에 대한 열의
뭐 이런 기준 대략 새워놓고 점수 매겨보려해도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억지로 점수 매겨놓고 합산한다고 그게 정답일까?
왠지 기준별로 가중치를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번복하고,
기준이 MECE하지 않다고 다시 기준 세워 번복하고...
이딴 작업 백날 해봐야 답 안나오는 거 뻔한 건데,
그냥 동전 던져서 결정하는 게 훨씬 속편할 수도 있다.
심사역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숨 한 번 크게 내쉬고, 까짓거 그냥 한 번 가보자.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해보고 싶었던 건 해보고 죽어야 할 거 아냐.
게다가 난 자유의 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