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먼북소리

El Dorado 2008. 3. 12. 20:15
"나이를 먹는 것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 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하루키는 자신에게 들려오는 먼북소리를 듣고 여행을 떠난다.
마흔 전까지 달성해야 할 무엇인가를 달성하기 위해
3년간의 긴 여행을 떠난다.
거기에서 쓴 작품이 "상실의 시대".
성공한 소설가의 소설같은 여행기를 기대하고 먼북소리를 읽게 되었지만,
이 책에서는 시종 일관 위트와 유머로 일관된
한편의 잔잔한 코믹 드라마를  보여주는 듯하다.

<결혼 생활에서 배운 인생의 비결>
여성은 화를 내고 싶은 일이 있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고 싶으니까 화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화내고 싶을 때 제대로 화를 내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된다.

이런 식의 위트가 시종 일관 진행된다.
먼북소리는 여행기이다.
하지만 여행기답지 않은 여행기이다.
여행에서 느낀 바를 조금은 과장을 섞어 담아내는 손미나의 여행기와 달리,
하루키의 여행기는 굳이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솔직 담백한 감정을
여과 없이 담아낸다.

그는 솔직하다.
과장이 없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도 한 번 유럽 여행을 가면 좋겠다하고
바람이 들어갈 일은 없다.
그러나, 나는 어처구니 없게도
그의 또다른 글을 읽고 싶어 안달이 나는 바람이 들어 버렸다.
상실의 시대에서 나는 그의 팬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먼북소리로 인해 나는 내 삶의 한 시기를 유쾌하게 해줄
비밀 서고들을 얻은 기분이다.
곧 내 책장엔 하루키의 수필들이 차곡 차곡 쌓여갈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