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번엔 파키스타니...

El Dorado 2009. 12. 7. 19:20
지난 번 러시아인 샤샤에 이어 이번엔 파키스탄 외국인 노동자가 말을 건다.
지난 두 달동안 일을 못해 밥 먹을 돈이 없단다.
돈을 원하냐고 물어보니...그냥 밥을 사달라고 한다.

막 식사를 하고 나온 참이라 그냥 만원을 내밀면서 괜찮으면 혼자 식사하시라고 했더니
휙 가로채서 가버린다.

이상하게 외국인이 돈을 요구하면 거절하지 못하는 나...
지하철에서 만나는 수많은 걸인에게는 천원씩 주면서 꼭 외국인을 만나면 만원 이상 지출이다.
왜일까?

어쩌면 가족과 떨어져 있는 그들에 대한 애틋함이 나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건 아닐까 싶다.
날 너무나 사랑하는 가족...때론 그 지나친 관심과 사랑 탓에 벗어나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 내 삶의 기반은 어떤 순간에서도 날 사랑해주는 가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허한 삶에 큰 위로가 되어주는 가족이 없었더라면 난 지금처럼 살아가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 가족애를 느낄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
그들을 향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한끼 식사 정도 대접은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비록 고마움 없이 바로 휙 지나가 버리는 그들이지만...
그래도 그들 가슴 깊숙히...아직은 어리버리함인지 따뜻함인지 모를 감정이라도 느끼지 않을까...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엉뚱한 데 갚지 말고,
오늘은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빵이나 사들고 들어가야겠다.
그렇게 많이 해주시면서도 아들이 사오는 돈 만원 짜리에 또 그렇게 좋아하시는 분들..
부모님...참 알기 어려운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