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자기애

El Dorado 2009. 11. 22. 14:32
삶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들, 그 안에서 때론 인연이라 생각하며 사랑을 가꿔나가게 된다.
하지만 인연인 줄 믿었던 사람들과 때론 예정된, 때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인연이 끝나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사랑해야 할 대상은 누구이며, 또 사랑을 받기에 합당한 상대방은 과연 누구일까.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단편적이어서, 자기가 만든 편견 속에서 상대방을 제단하고 만다.
그래서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 쉽게 단정짓고, 자신이 만든 기대 속에서
그 사람과는 다른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 낸다.

자신의 편견이 만들어 낸 새로운 사람이 자신의 기대와 달리 행동할 때
변했다던지, 과거에 몰랐는 데 이상한 사람이라던지 하는 말들과 함께
인연의 끈을 놓아버리는 게 우리네 삶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관계들이 아닐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기에 앞서 우리에겐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내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준비 말이다.

몸을 예쁘게 가꾸고, 맘에 드는 사람 앞에서 애써 예의를 차리고 하는 식의 준비가 아닌
본질적으로 새 사람이 되기 위한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의 공통점은 자기애를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자신을 주관적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
자기애적 인격장애에 빠져 남들이 인정하지 않는, 아니 자기 자신조차
맘속에서 인정하지 않는 허상을 자신의 모습이라 믿고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을 돌이켜 봤을 때
떳떳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자기애를 가진 사람이다.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가?
누구에게 내 삶을 공유하자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떳떳하게 살고 있고,
그만큼 내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가?

자기연민이 아닌 자기 확신을 가지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삶...
그 삶의 비결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는 듯하다.
수많은 오늘들이 모여 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데,
그 하루하루 안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나를 진정사랑할 수 있을 때, 남들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난 너무나 내 자신을 아끼지만, 마음 속 한구석에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진 못하다.
내 자신이기에 사랑하는 자기애가 아닌, 정말 자랑스러워 사랑할 수 있는 내 자신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이재철 목사님은 자신이 속한 삶의 터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그 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성직을 지키는 길이라 말씀하신다.
비록 돈받고 하는 직업에 불과하지만...내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도, 또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성직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난 치열해 져야 한다.

이제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기에 앞서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준비를 하려고 한다.
그 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인연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르는 자기애의 길...
그 길을 걸어갈 때 늘 주님을 의지하고 쉽게 좌절하지 않는 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