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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미스 사이공

이상하게 코드가 맞지 않는 작품이 있다.
남들은 극찬하는 데,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견디기가 쉽지 않은...
미스 사이공이 나에게 그랬다.

이상하게 휴가의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휴가 초반 사놓은 5권의 책 중 젤 먼저 골라잡은 은희경의 미칠 것 같은 소설 덕에
진도 안 나가다가 결국 커피숍에 놔두고 와버렸다.
그 사람의 감성 도저히 모르겠더라.
마음의 휴식이라고 써있던 책 뒷면에 써있던 알 수 없는 블로거의 서평에 별 생각 없이 집었는데...
며칠 동안 기분만 으스스 해졌다.

키스미 케이트와 미스 사이공 중 고민을 하다가...
국립극장 까지 갔다가 결국 키스미케이트를 버리고 충무아트홀로 향했다.
세계 4대 뮤지컬이라는 데...
직전에 접했던 오페라의 유령의 여운이 4대 뮤지컬에 대한 공신력을 더해줬고,
왠지 휴가의 말미를 좋은 뮤지컬로 장식하고 싶다는 욕심에,
조금은 가벼워 보이는 키스미 케이트를 깔끔히 포기!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그렇게도 좋아하는 뮤지컬이건만...중간 중간 사람들이 박수칠 때 난 고개를 젓기에 바빴고,
결국 커트콜 때 참지 못하고 뛰쳐 나오고 말았다.

이 작품을 왜 4대 뮤지컬로 꼽았을까?
지극히 서양적인 시각에서 전해지고 있는 서사...
그 뒤에 숨어있는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변명과,
약자를 위하는 척 하면서 여전히 깔려있는 지독한 무시.
어..이...가 없었다.

자기반성을 하는 척하면서, 변명을 하더라..
결국 이 사건의 책임은 주로 베트콩에 있고,
서양인 또한 지키려고 했으나...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책임을 지려한다...
뭐 이런 있지도 않은 사건을 개연성없이 풀어내는 극적 전개에
거의 소름이 끼칠 지경.
게다가 주인공들의 발음과 성량은 지금까지 본 모든 공연중 최악.

사람 사이의 담겨지는 이야기들...그 소재가 사랑이던, 우정이던, 갈등이던,
그 안에 미화되지 않은 진심이 담겨있어야 할텐데...
미스 사이공에서는 너무나 미화된 스토리가 전해졌다.

미화된 진심은 진심이 아니다...그 사이에서 어떻게 감동을 느껴야 하는지
공연 내내 갈등하다가 찜찜한 기분을 지우지 못하고, 블로그에 화풀이하게 되다...